2년 전 쯤 대학 입시로 면접시험을 볼 때였다. 교대 면접인지라 질문 내용 또한 교육과 관련한 것이었다.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과정과 재능을 보이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 중 어느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에 관한 면접이었다. 평소 7차 교육과정에 불만이 많았던 나는 6차 교육과정과 7차 교육과정을 비교하며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백번 옳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리고 면접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과 수석으로 합격하였고, 나는 결국 교수님의 입학 권유와 장학금도 뿌리치고 다른 학교를 택했다. 그저 대학 합격을 위해 점수에 맞춰 관심도 없는 교대에 지원했던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였던 나는, 입시에 실패하면서 7차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수능을 다시 봐야했다. 사실 사회에서 흔히들 지적하는 잦은 교육과정 변화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뀐 커리큘럼이 어떠한가.’ 이다. 우리나라의 잦은 교육과정변화가 문제인 것은 그것이 개선(改善)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라는 것이다.

   고등교육의 기본적인 목표는 사회 전반에 관한 일정 수준의 지식 습득을 통하여, 교육을 마친 학생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면 사안에 대해 적절히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런데 7차 교육과정은 이 기본적인 목표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입시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우리나라의 고교 3년은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기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교육부에서 지정해준 과목의 수업시수를 채우기 위해 시간표상으로는 분명 '세계지리'인데 실제 수업에서는 '한국지리' 수업이 이루어진다거나, 문법 시간에 언어영역 문제집으로 수업을 나가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물론 교사들도 원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 테지만 졸업생의 명문대 진학률로 그 학교의 수준이 판가름 나는 분위기에서 정석대로 하다간 도리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욕먹기 십상이다.

   '교육은 나라의 근간'이라 할 정도로 교육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단순히 한 아이의 머리를 채워주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계층이 되었을 때 청소년 시절 받은 교육이 그의 사상과, 관점까지 모두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나는 7차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불쌍하다. 아니 불안하다. 인문계열 아이들은 과학수업은 받지 않고, 자연계열 아이들은 사회수업은 받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수업을 받는 인문계열 학생들조차 배우고 싶은 과목, 수능을 볼 과목을 맘대로 정할 수 있다. 자연히 역사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국사나 근현대사와 같은 과목은 피하게 되고, 수능 성적을 잘 받기위해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 경제지리' 이런 식으로 과목을 연계하여 신청한다.

   당연히 사회에 관한 지식은 일부로 편중되고, 이는 이 아이들이 사회의 동력계급이 되었을 때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동북 공정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 헛소리만 내뱉고, 성인이 다된 자가 일기예보에 나오는 기압곡선 하나 볼 줄 모르는 광경도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인이란 사람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 모르고, 한국인이란 사람이 자기네 땅덩어리가 어떻게 생겼나 도 모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이 다음에 커서 TV나 신문에서 중얼대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 몇 퍼센트나 이해할 것이며, 기본적인 이해조차 불가능한 국민으로부터 과연 '여론'이라는 것이 조성될 수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사실 이제껏 이야기한 교육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원인은 바로 부적절한 임금 체계이다. 이 이야기를 할 때면 프랑스의 교육에 관해 빼놓을 수가 없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다. 그 이유는 대졸자의 임금과 고졸자의 임금이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버스기사와 대학교수의 봉급이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은 정말로 공부가 하고 싶은,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진학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 3 학생들이 오로지 수능 만을 바라보며 문제집 풀기에 여념이 없는 것에 비해, 이들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만 모여서 바깔로레아 준비반에 들어간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꽃을 좋아하는 이는 꽃가게 아가씨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는데 그 어렵다는 바깔로레아를 보고 관심도 없는 전공공부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실태는 대학이라도 안나오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해도 백조로 탱자 탱자 놀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 나라의 교육체계를 입시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소가리지 않고 전공으로 택하는 '경영학'도 대부분 경영에 뜻이 있어서라기보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관심도 없는 학문을 밥벌어먹고 살기 위해 공부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 나라의 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임금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사고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화이트칼라는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 계층이므로 그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블루칼라는 공부도 안하고 능력이 없는 계층이니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것.

   공부는 자신이 원해서, 자기 계발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 어떤 보상을 바라고 억지로 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블루칼라가 새벽부터 해지도록 땀 쏟아가며 한 일이 화이트칼라가 펜대 굴리며 머리 쓰면서 한 일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면 임금은 그에 상응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보다 못 배웠다는 이유로 그들의 노동이 저평가 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바로 잡힐 때 우리의 교육제도가 '사회 전반에 관한 평균적 이해가 가능한 시민'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고, 교육제도의 정상화를 통해 비로소 우리나라의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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