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이기심'이란 키워드를 치고 엔터 키를 누르면 관련 검색어에 '미국의 이기심'이란 링크가 뜬다. 왜 하필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일까? 사실 이런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 가족에 관해서도 ‘내 가족’ 이라는 말보다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한국인에게 미국식의 ‘my family'는 정서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부터 미국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국가라는 걸 눈치 채고 만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서로 다른 행동기반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것은 극복할 수 없는 괴리감으로 이어진다. 공공의 이익을 미덕으로 여기며 ‘공동체적 삶’이라는 모토에 익숙한 우리는 사이좋은 사람‘들’ 싸이월드에서,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my’ space.com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든다. 사이트 명에서 조차 국민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기심의 표출에는 기본적으로 그 행위의 주체가 ‘상대적 강자’라는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 상대적으로 보나 절대적으로 보나 ‘최강자’인 미국이 군림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만 아닐 뿐이지 ‘한국의 미국의 경제 식민지’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올 정도로 미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나스닥 지수의 하락은 우리 서민경제의 폭락을 의미하고 ‘지원군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결코 강제적으로 들리지 않는 제안은 우리 젊은이들의 즉각적인 파견을 예고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과연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같은 것이냐에 대해 개념정의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공중의 보편적인 생각을 알아볼 수 있다는 위키피디아에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정의에 대해 각각 검색을 해보았다. 미국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기주의를 뜻하는 egoism은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조차도 결국은 개인적인 관심이 동기가 되어 행해진 것이라는 관점’, ‘개인적 흥미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사회적 관심에는 무관심한 개인’등으로 정의된다. 한편 개인주의를 뜻하는 ‘individualism’은 ‘도덕, 정치, 사회학적으로 인간의 독립과 개인의 자기신뢰,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기주의는 이타주의와, 개인주의는 전체주의와 반대적 속성을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조차 결국은 개인적인 관심이 동기가 되어 행해진 것’이라는 정의의 한 예로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이 행동은 분명 도덕적으로 보이는 행동이지만 사실은 이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좋은 사람이다’라는 평가와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자신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함으로써 심리적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를 두고 속된말로 ‘꼬였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에 와서는 이런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멀쩡히 있는 착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을 만드는 이 꼬인 사상은 이제 케이블 TV와 헐리웃 영화, 인터넷 광케이블을 타고 우리에게도 침투해 ‘이기주의자는 똑똑한 욕심쟁이’쯤으로 여기는 쿨한 사회로 만들었다. 드라마속의 악녀는 더 이상 그냥 ‘못된 년’이 아닌 ‘매력녀’이다. 사람들은 사회라는 거센 풍파에 맞서 나하나 살겠다고 남의 불행이나 기분쯤은 털끝만치도 생각지 않는 ‘그’혹은 ‘그녀’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 뜻대로 일이 되어갈 때는 자신은 못하는 것을 해내는 그들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그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동정심에 사로잡힌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이기적인 그들을 더 이상 우리의 적이 아닌 ‘우리’ 그 자체의 일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들 인간의 이기심이 ‘경쟁’을 낳았고 경쟁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비하여 상호간의 합의하에 국가라는 체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법’이라는 것이 이기심의 표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는 과거 이기심은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려던 것에 비해 적정한 범위 내에서의 이기심 표출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자본주의의 수레바퀴에 윤활유가 되어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이기적이라 믿었던 미국의 사후재산 사회 환원율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는 것. 이런 행위도 사회로부터 칭찬 받고 싶고, 선행을 함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 아무렴 어떤가? 이런 이기심이라면 온 국민이 모두 이기주의자래도 상관  없을 것 같다. 태동하는 新에고이스트들에게 고한다. ‘베품의 미덕이 담긴 에고이즘을 행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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